
중국이 은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전방위적인 규제와, 그 이면에 숨겨진 태양광·전기차 등 차세대 산업을 향한 자원 안보 전략을 정리해 드립니다. 중국 상하이 선물거래소는 은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2026년 2월에만 증거금을 세 차례 인상하며 투자 과열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월 9일부터는 투자자 증거금이 22%까지 치솟았으며, 근월물 교정 시 헤지 한도를 0으로 초기화하는 파격적인 조치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는 태양광(TOPCon, HJT) 및 전기차 등 중국의 핵심 산업인 ‘전광리’에 필수적인 은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자원 안보 전략입니다. 중국은 은을 희토류급 ‘전략 물자’로 격상하고 수출 허가제를 시행하는 등, 가격 하락을 유도하며 자국 내 자원 비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차
“은(銀)을 잡아라” 중국의 가혹한 선물 규제와 태양광 패권을 향한 자원 전쟁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금보다 귀한 은’의 시대가 도래하자,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가격 억제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장 안정을 넘어선 중국의 속내를 분석합니다.

1.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끝장 규제’: 증거금 22%의 압박
중국은 선물 시장의 레버리지를 강제로 축소하며 투기 세력의 퇴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 달 사이 세 번의 증거금 인상
상하이 선물거래소(SHFE)는 2026년 2월 들어 증거금을 무려 세 번이나 올렸습니다. 2월 9일 장 마감 직후부터 투자자 증거금은 22%, 헤지 거래는 21%로 상향되었습니다. 증거금이 오른다는 것은 투자자가 동일한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현금을 넣어야 함을 뜻하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포지션은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와 가격 하락을 압박하게 됩니다.
헤지 한도 초기화와 거래 제한
2026년 2월 마지막 거래일부터 시행되는 ‘헤지 한도 0수(手) 조정’은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조치입니다. 근월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 한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이 실물 인도 대신 선물 시장에서 포지션을 청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강제로 회수하는 ‘돈줄 죄기’의 결정판입니다.
2. ‘전광리’를 위한 자원 안보: 은이 희토류가 된 이유

중국이 이토록 은값 하락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국의 3대 핵심 산업인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전광리) 때문입니다.
고성능 태양전지(TOPCon, HJT)의 은 소비량
기존 PERC 방식보다 효율이 높은 TOPCon 방식은 은을 30%, 최상위 모델인 HJT 방식은 무려 120% 이상 더 많이 소모합니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의 80% 이상을 점유한 중국 입장에서 은값 폭등은 곧 자국 산업의 원가 경쟁력 상실을 의미합니다. 은은 이제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태양광 패권 유지를 위한 ‘전략적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와 전기차의 필수 소재
자율주행과 초고속 통신망이 결합된 최신 전기차에는 대당 최대 50g의 은이 들어갑니다. 특히 중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미는 전고체 배터리에서 은은 전도율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쓰입니다. 중국이 은을 ‘전략 물자’로 격상하고 수출 허가제를 시행한 배경에는 이러한 첨단 제조 역량을 자국 내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3. 글로벌 자원 패권 전쟁: 미국 ‘프로젝트 볼트’ vs 중국 ‘수출 통제’

은을 둘러싼 전쟁은 이제 미·중 간의 공급망 지배력 다툼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심광물 비축 펀드 ‘프로젝트 볼트’
2026년 2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120억 달러 규모의 핵심 광물 비축 펀드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가동했습니다. 미국 수출입은행(EXIM)의 대출을 활용해 은, 리튬, 희토류 등 60일치 분량을 비축하고 가격 하한선을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미국 제조업체들을 보호하려는 ‘자원 방어막’입니다.
포지 이니셔티브(FORGE)와 한국의 역할
2026년 2월 4일 출범한 ‘포지 이니셔티브(FORGE)’는 56개국이 참여해 핵심 광물의 기준 가격을 설정합니다. 한국은 초대 의장국을 맡아 중국의 저가 덤핑을 차단하고 공급망 안정화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이 은 수출 기업을 44개 국영급 기업으로 제한하며 통제권을 강화하자, 서방 진보 진영도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한 것입니다.

4. 결론: “누가 더 오래 버티는가”의 싸움
중국은 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장 규제와 수출 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맷집과 비축 전략
중국은 이미 2년 이상의 은 비축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선물 시장을 조여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증권시보의 언급처럼, 은을 희토류 수준으로 관리하며 서방권의 공급망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입니다.
한국 산업의 기회와 위기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에서 은의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중국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비축 경쟁 사이에서 가격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포지 이니셔티브 의장국으로서 공급망 다변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중국의 보복이 한국으로 튀지 않도록 정교한 ‘자원 외교’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한 장 요약
- 중국의 강력한 규제: 중국은 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선물 거래를 할 때 맡겨야 하는
증거금을 22%까지 대폭 올렸습니다. 돈이 없으면 은을 팔아야 하게 만든 것입니다. - 태양광과 전기차의 핵심: 최신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에는 은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갑니다.
중국은 자기네 산업을 위해 은을 싸게 확보해야만 합니다. - 수출도 마음대로 못함: 올해부터 중국은 은을 전략 물자로 정하고,
허락받은 일부 대기업만 수출할 수 있게 통제를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희토류 취급입니다. - 미국의 비축 펀드: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 볼트’를 만들어 중국의 자원 갑질에 대비해
60일치의 은과 핵심 광물을 직접 사들여 쌓아두기로 했습니다. - 한국의 역할: 한국은 미국 주도의 자원 협력체인 ‘포지 이니셔티브’의 초대 의장국이 되어,
전 세계 핵심 광물의 기준 가격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 전망: 중국은 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규제를 멈추지 않을 기세입니다.
은 가격 하락 뒤에는 중국의 지독한 자원 안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은은 이제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규제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오늘의 사유
[빛나는 은 뒤에 숨겨진 차가운 패권의 그림자]
우리는 흔히 은을 금의 대체재나 장신구로만 생각하지만, 오늘날의 은은 ‘에너지 전환 시대의 혈액’과 같습니다. 중국이 선물 시장을 들쑤시고 수출 허가증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국이 쥐고 있는 태양광과 전기차라는 거대한 성벽을 더 높게 쌓기 위해, 성벽의 재료인 은을 독점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트럼프의 ‘프로젝트 볼트’가 미국 제조업의 방패라면, 중국의 수출 통제는 서방의 기술 혁신을 늦추려는 날카로운 창입니다. 이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 사이에서 ‘포지 이니셔티브’의 의장국이 된 한국은, 자원 빈국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자원 질서의 설계자가 되어야 하는 엄중한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은빛 너머로 흐르는 이 차가운 패권의 논리를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자원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