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6일,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2천 원~5만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를 ‘BTC’로 잘못 입력해 249명에게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했습니다. 1인당 최대 수조 원에 달하는 자산이 장부상에 찍혔고, 일부 사용자의 즉시 매도로 시세가 8,111만 원까지 급락하는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했습니다. 빗썸은 40분 만에 입출금을 차단해 99.7%를 회수했으나, 이미 매도된 1,788개 중 일부는 회수 중입니다. 이번 사태는 거래소가 실제 코인을 옮기는 ‘온체인’이 아닌 전산 숫자만 바꾸는 ‘오프체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목차
“2천 원 주려다 2천억 쐈다” 빗썸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 사태의 전말
대한민국 가상자산 역사상 유례없는 ‘배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단순한 입력 실수가 어떻게 60조 원 규모의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거래소 시스템의 민낯을 분석합니다.
1. 60조 원의 실수: 랜덤박스가 불러온 비트코인 대홍수

사건은 2026년 2월 6일 저녁, 소박한 이벤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단위 입력 오류가 만든 ‘하룻밤의 벼락부자’
빗썸은 695명을 대상으로 당첨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2천 원에서 5만 원 사이의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해야 했으나, 직원의 실수로 지급 단위가 ‘원’이 아닌 ‘BTC’로 설정되었습니다. 그 결과 249명의 당첨자 지갑에 2,000개에서 최대 50,000개의 비트코인이 입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시세로 1인당 최소 2,000억 원에서 5조 원이라는 황당한 금액이 장부에 찍힌 것입니다.

8,111만 원으로의 급락과 플래시 크래시
일부 당첨자들이 입금된 비트코인을 즉시 시장가로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1억 원에 육박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몇 분 만에 8,111만 원까지 17% 이상 폭락했습니다. 빗썸은 사고 발생 40분 만인 저녁 7시 40분에 입출금을 전면 차단하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이 작동해 연쇄적인 파산은 막았지만, 시장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2. 하드 월렛과 복구 구문: 코인을 지키는 진짜 방법

이번 사태로 개인 자산 보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하드 월렛의 본질을 짚어봅니다.
지갑은 통이 아니라 ‘열쇠’다
비트코인의 70%는 거래소가 아닌 개인 하드 월렛에 보관됩니다. 하드 월렛은 USB나 카드 형태의 기기로, 코인 자체가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상의 코인을 꺼낼 수 있는 ‘개인 키’를 오프라인 상태(Cold Storage)로 보관하는 장치입니다. 기기 자체를 분실하더라도 ‘복구 구문(Seed Phrase)’만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기기에서 자산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복구 구문 보관의 치명적인 실수
복구 구문은 24개의 영어 단어로 구성됩니다. 많은 사용자가 이를 기억하기 어려워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클라우드에 사진으로 저장하는데, 이는 해커들의 가장 쉬운 먹잇감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복구 구문을 반드시 종이에 적어 물리적인 금고나 금속판에 새겨 보관할 것을 권장합니다. 15%에 달하는 분실 비트코인은 대부분 이 복구 구문을 잃어버려 영구히 잠겨버린 자산들입니다.
3. 오프체인 거래의 함정: 우리가 보는 숫자는 ‘진짜’인가?

빗썸이 보유량(약 4만 개)을 훨씬 초과하는 62만 개의 코인을 지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래소의 운영 방식 때문입니다.
전산상 숫자만 오가는 오프체인(Off-chain)
우리가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는 실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거래소 내부의 전산 원장(DB)에서 숫자만 바꾸는 ‘오프체인’ 거래입니다. 은행 예금이 실제 현금 뭉치가 아닌 숫자로 관리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사고도 실제 비트코인 62만 개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빗썸 내부 장부에 ‘620,000 BTC’라는 숫자가 잘못 기록된 것입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온체인(On-chain)의 한계
실제 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옮기거나 외부로 보낼 때는 ‘온체인’ 거래가 발생합니다. 이는 전 세계 노드들의 승인이 필요해 1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빗썸이 40분 만에 출금을 막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온체인 전송이 완료되었다면 60조 원 규모의 자산은 영영 회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래소 내에서의 매도는 단순한 장부 수정이기에 즉시 일어났고, 이로 인해 가격 급락이 발생한 것입니다.
4. 결론: 부당이득 반환과 거래소의 신뢰 회복

사고는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법적,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99.7% 회수와 남은 125개의 행방
빗썸은 오지급 물량의 99.7%를 회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매도되어 현금화된 물량 중 약 125개(약 133억 원)는 아직 완전히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빗썸은 이를 매도하거나 출금한 사용자들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 및 형사 고소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타인의 착오로 입금된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령 코인’ 논란과 시스템 개선의 숙제
보유량보다 많은 코인이 지급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장부 거래’ 의혹을 키웠습니다. 빗썸은 자산 실사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으나, 단 한 번의 입력 실수가 시장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의 취약점은 뼈아픈 실책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더 엄격한 금융당국의 감시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해졌습니다.
한 장 요약
- 사고의 시작: 빗썸 직원이 이벤트 보상으로 2,000원을 주려다가 단위를 잘못 써서 2,000개(약 2,000억 원)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역대급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 시장 대혼란: 공돈이 생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급하게 팔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8,111만 원까지 폭락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 회수 현황: 빗썸은 40분 만에 출금을 막고 99.7%의 코인을 회수했으나, 이미 팔아버린 코인 중 일부(약 133억 원어치)는 아직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 오프체인의 비밀: 우리가 거래소에서 보는 숫자는 진짜 코인이 아니라 거래소 장부상의 기록일 뿐이라서, 보유량보다 많은 코인이 지급되는 ‘유령 코인’ 사태가 가능했습니다.
- 온체인과 시차: 실제 코인을 밖으로 옮기는 ‘온체인’ 거래는 10분~1시간이 걸리는데, 다행히 이 시간 안에 출금을 막아 대재앙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 법적 경고: 실수로 들어온 돈을 마음대로 쓰면 부당이득 반환 및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빗썸은 해당 사용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 최종 교훈: 이번 일로 거래소의 내부 통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났으며, 개인 자산은 하드 월렛에 직접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사유
[전산의 허상이 만든 60조 원의 신기루]
우리는 실체가 없는 숫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빗썸 직원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BTC’라는 세 글자는 수백 명의 평범한 이들을 한순간에 조 단위 자산가로 만들었다가, 다시 40분 만에 그 꿈을 앗아갔습니다. 이 촌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거래소 화면에 떠 있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견고한 암호학적 자산이 아니라, 그저 거래소 서버에 기록된 연약한 ‘오프체인’의 숫자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빗썸이 40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쳐 그 숫자들이 진짜 ‘온체인’의 날개를 달고 흩어졌다면,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비싼 입력 실수의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쫓는 코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수익률이 아니라 그 숫자를 지탱하는 시스템의 ‘신뢰’와 ‘통제’임을 이번 사태는 뼈아프게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