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의 심장인 아람코의 재정 상황과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급격한 변화를 정리해 드립니다. 사우디 경제를 지탱하는 아람코는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비전 2030’을 위한 천문학적인 지출로 인해 사우디 재정은 저유가 기조 속에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전략적 리셋’을 단행했습니다. 170km에 달하던 ‘더 라인’은 2.4km로 대폭 축소되었고,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도 반납했습니다. 대신 사우디는 홍해의 해수 냉각 이점과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네옴을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xAI와 5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약을 체결하는 등, 거주형 도시에서 수익성 있는 산업 인프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목차
“더 라인에서 데이터센터로” 빈 살만의 네옴시티가 ‘전략적 리셋’에 돌입한 이유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 프로젝트 네옴(NEOM)이 상상 속의 도시 건설에서 현실적인 산업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재정 압박과 기술적 한계를 마주한 빈 살만 왕세자의 새로운 승부수를 분석합니다.
1. 아람코의 황금알과 사우디 재정의 역설

사우디 경제는 아람코라는 거대 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채굴 원가 10달러의 위엄과 배당의 늪
아람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채굴 원가를 자랑하며 막대한 순이익을 올립니다. 사우디 정부와 국부펀드(PIF)는 이 이익을 배당받아 국가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비전 2030’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기에는 현재의 유가 수준(배럴당 70~80달러 선)이 사우디의 재정 균형점인 86~110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9년의 적자, 그리고 ‘무슨 돈으로?’라는 질문
2022년 고유가 시기를 제외하면 사우디는 지난 10년 중 9년을 적자로 보냈습니다. 2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업을 밀어붙이기에는 현금 동원력이 부족해지자, 사우디 국부펀드는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외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결국 “무슨 돈으로?”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네옴의 설계를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2. ‘더 라인’의 축소와 트로제나의 포기: 꿈에서 현실로

직선 도시 ‘더 라인’과 산악 스키 리조트 ‘트로제나’는 당초 계획보다 대폭 수정되거나 지연되고 있습니다.
170km에서 2.4km로, ‘더 라인’의 현실적 후퇴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를 잇겠다던 170km의 초거대 빌딩 구상은 2030년까지 2.4km 구간을 완성하는 것으로 축소되었습니다. 900만 명을 수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미분양 리스크와 천문학적인 건설비용(평당 단가 폭등) 문제로 인해 실무형 프로젝트로 재정의되었습니다.
동계 아시안게임 반납과 트로제나의 지연
해발 2,000미터 사막 산맥에 인공 눈을 뿌려 스키장을 만들겠다던 ‘트로제나’ 프로젝트 역시 재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사우디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를 사실상 반납하고, 2030 리야드 엑스포와 2034 월드컵이라는 확정된 국가 행사에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3. 새로운 주인공: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허브로의 전환

주거와 관광 중심이었던 네옴은 이제 인공지능(AI) 연산의 핵심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홍해의 해수 냉각과 태양광 발전의 시너지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운영비용은 ‘냉각’과 ‘전력’입니다. 네옴은 홍해의 깊은 바닷물을 끌어올려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액체 냉각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최적인 입지입니다. 또한, 광활한 사막의 태양광 발전과 계획 중인 원자력 발전을 결합해 저렴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젠슨 황의 파트너십
빈 살만은 일론 머스크의 xAI와 500MW급 데이터센터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엔비디아(NVIDIA), AMD 등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내로 네옴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를 마무리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AI 연산 전초기지’로서의 청사진을 4월경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4. 결론: 엑스포 패배가 한국에게 준 교훈

사우디의 프로젝트 축소는 도구적 목적보다 실질적인 생존 전략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미분양 아파트보다 데이터센터가 현실적인 이유
900만 명의 거주자를 채우는 것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서버를 유치하는 것이 사우디에게는 훨씬 빠른 수익 창출 수단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디지털 원유’를 정제하는 거점이 되겠다는 빈 살만의 리셋은 경제적 관점에서 훨씬 타당해 보입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역설적 다행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자금과 향후 네옴시티 축소 과정을 지켜볼 때, 한국이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패배한 것이 오히려 재정적 리스크를 피한 ‘전화위복’이 아니었냐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결국 에너지는 돈에서 나오고, 그 돈이 마르기 시작할 때 꿈은 현실에 맞춰 조율됩니다.

한 장 요약
- 아람코의 돈줄: 사우디의 석유 회사 아람코는 돈을 엄청나게 벌지만,
사우디 정부가 쓰는 돈(비전 2030 등)이 훨씬 많아서 나랏빚이 늘고 있습니다. - 유가 압박: 사우디가 살림을 꾸리려면 석유값이 배럴당 86달러는 되어야 하는데,
요즘 가격이 그보다 낮아 돈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 더 라인의 축소: 원래 170km 길이로 짓겠다던 거울 도시 ‘더 라인’을
2030년까지 2.4km만 짓기로 98% 넘게 줄였습니다. - 동계 게임 취소: 사막 산에 눈을 뿌려 스키 대회를 열겠다던
2029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도 돈 문제로 포기했습니다. - 새로운 변신: 도시를 짓는 대신, 홍해 바닷물로 기계를 식히기 좋은 입지를 살려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 머스크와 손잡기: 일론 머스크의 x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계약을 맺는 등,
관광보다는 실질적인 AI 산업 기지가 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사우디는 이제 “누가 이 사막 도시에 와서 살까?”라는 고민 대신,
“전 세계 AI 서버를 이곳에 두게 하자”는 더 현실적인 돈벌이를 선택했습니다.
오늘의 사유
[모래성 위에 세워진 서버실: 빈 살만의 현실적 각성]
빈 살만 왕세자가 그렸던 170km의 거울 도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한 꿈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영끌 풀대출’ 부동산 사업이기도 했습니다. 텅 빈 사막에 900만 명을 채우겠다는 오만함은 결국 유가 하락과 재정 고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센터’라는 실질적인 먹거리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속여도 데이터는 속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에는 온기가 없지만, 전기가 흐르는 서버실에는 수익이 남습니다. 모래성 대신 디지털 원유를 담을 거대한 그릇을 짜기 시작한 빈 살만의 ‘리셋’은, 어쩌면 사우디가 석유 시대를 넘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차갑고도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2030 엑스포라는 화려한 포장지 뒤에 감춰진 사우디의 불안한 속사정은, 우리에게 “무슨 돈으로?”라는 질문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