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저호의 50년 장수 비결인 원자력 전지가 ‘베타전지’라는 이름의 3차 전지로 진화하며 실생활 침투를 시작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이 기술은 최근 인공 다이아몬드와 결합해 반감기 5,730년이라는 반영구적 수명을 확보했습니다. 중국의 베타볼트가 초소형 제품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의 시티랩스(City Labs)는 의료용 심장박동기와 나사(NASA) 탐사 장비에 트리튬 기반 전지를 공급하며 상용화에 앞서가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3차 전지가 출력이 낮아 센서나 의료기기에 국한되어 있으나, 핵폐기물을 자원화하고 20년 이상 충전이 필요 없는 시대를 열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목차
“20년 무충전의 꿈” 핵폐기물과 다이아몬드가 만난 ‘3차 전지’ 베타볼트 혁명
스마트폰을 매일 충전하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걱정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방사능의 위험은 지우고 에너지는 수천 년간 지속시키는 ‘베타전지’ 기술이 의료와 우주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1. 보이저호의 심장, 원자력 전지에서 베타전지로의 진화

50년 넘게 성간 우주를 누비는 보이저호의 동력원은 태양광이 아닌 원자력 전지(RTG)입니다.
3차 전지의 정의와 원리
1차 전지(일회용)와 2차 전지(충전용)를 넘어선 3차 전지는 연료를 주입하거나 자체 붕괴 에너지를 통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보이저호의 RTG는 플루토늄의 열을 이용하지만, 차세대 ‘베타전지’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베타 입자’를 직접 전기로 변환합니다. 이는 열 제어가 필요 없고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안전성의 열쇠: 종이 한 장으로 막는 베타선
과거 RTG는 강력한 감마선 등으로 피폭 위험이 컸으나, 베타전지에 사용되는 니켈-63이나 탄소-14, 트리튬에서 나오는 베타선은 투과력이 매우 약합니다. 피부조차 뚫지 못하며 종이 한 장이나 얇은 금속막으로 완벽히 차단할 수 있어, 인체 내 삽입하는 의료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해졌습니다.
2. 인공 다이아몬드와 탄소-14의 만남: 5,730년의 무한 동력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은 원전의 골칫덩이인 핵폐기물을 인류 최고의 자원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핵폐기물 흑연에서 추출한 ‘탄소-14’
원전 감속재로 쓰인 흑연에는 탄소-14가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탄소-14를 추출해 배터리의 원료로 사용합니다.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730년으로, 이 전지는 사실상 인류의 문명이 지속되는 내내 에너지를 내뿜는 무한 동력원에 가깝습니다.
다이아몬드 캡슐화 기술
연구팀은 탄소-14를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인공 다이아몬드’로 감싸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14와 성분이 같아 결합이 완벽하며, 방사선 유출을 원천 봉쇄하는 동시에 열을 빠르게 분산시킵니다. 핵폐기물이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보석 속에 갇혀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3. 상용화 선두주자: 미국의 시티랩스(City Labs)와 의료 혁명

이론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미국의 시티랩스입니다.
20년 수명의 심장박동기
기존 리튬 배터리 심장박동기는 7~10년마다 교체 수술이 필요했지만, 시티랩스의 트리튬 배터리를 적용하면 20년 이상 재수술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 아래 환자의 수술 부담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임상이 진행 중입니다.
나사(NASA)가 선택한 달 탐사 전원
시티랩스의 P100 모델은 나사의 달 남극 그늘 지역 탐사 장비용 전원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영하 150도 이하의 극한 추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하는 베타전지는 태양광을 쓸 수 없는 우주 오지 탐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라이선스 문턱을 넘으며 군사와 산업용으로도 보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4. 결론: 1W의 벽을 넘어 전기차 시대로

현재 베타전지의 가장 큰 숙제는 낮은 ‘출력’입니다.
중국 베타볼트의 도전
중국의 베타볼트(Betavolt)는 니켈-63을 활용한 BV100 모델의 파일럿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와트(µW) 단위의 미세한 전력을 생산하지만, 이들은 출력을 1만 배 높인 1W급 전지를 준비 중입니다. 1W급 전지가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이나 드론의 보조 전원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핵폐기물 처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영국의 아켄라이트(Arkenlight) 사례처럼, 베타전지 산업의 성장은 곧 핵폐기물 처리 비용의 절감과 자원 재활용을 의미합니다. 처치 곤란한 방사성 폐기물이 전 세계 센서와 의료기기, 우주선의 심장이 되는 날, 우리는 진정한 에너지 자립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한 장 요약
- 3차 전지란?: 건전지(1차), 충전지(2차)와 달리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원자력 배터리를 말합니다. - 영원한 수명: 핵폐기물에서 나온 탄소를 인공 다이아몬드로 감싸 만들면,
수명이 무려 5,730년이나 갑니다. 사실상 평생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 안전한 방사능: 무서운 방사선이 아니라 종이 한 장으로도 막히는
약한 베타선을 쓰기 때문에, 몸속에 넣는 의료기기에도 쓸 만큼 안전합니다. - 심장병 환자의 희망: 수명이 20년이 넘는 원자력 심장박동기가 개발되어,
몇 년마다 하던 재수술 고통을 없애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우주와 드론: 태양빛이 없는 달의 뒷면이나 아주 먼 우주에서도 전기를 만들어내며,
나사(NASA)에서 이미 테스트 중입니다. - 중국의 도전: 중국 기업 베타볼트는 시계 건전지만 한 크기의 원자력 배터리를 만들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지금은 전등 하나 켜기엔 힘이 약하지만, 기술이 발전해
힘(출력)이 커지면 “충전기가 사라진 세상”이 올 수도 있는 혁명적인 기술입니다.
오늘의 사유
[핵의 굴레를 벗고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 에너지]
수천 년간 인류를 괴롭힐 것으로 여겨졌던 원전의 ‘저주’인 핵폐기물이, 인공 다이아몬드라는 가장 화려한 껍질을 입고 ‘축복’의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보이저호가 외로운 우주에서 50년째 전해오는 신호는 사실 이 기술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일찌감치 증명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7년마다 가슴을 열어 심장박동기를 교체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20년의 자유를 선물하고, 태양조차 비추지 않는 달의 그늘에서 탐사선의 눈을 밝히는 베타전지는 기술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인도주의적 방향을 보여줍니다. 비록 지금은 가냘픈 불꽃 같은 출력이지만, 다이아몬드 속에 갇힌 탄소의 붕괴 에너지가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움직이는 날, 우리는 비로소 충전기라는 탯줄을 끊고 진정한 모바일 자유의 시대에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